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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총/- 뷔진

[뷔진] 크리스마스

제약 2017. 12. 19. 21:26


*
눈이 펑펑 내리던 한 겨울 날. 너는 그렇게 내게 왔었다. 새하얗게 세상을 가득 채웠던 눈송이들 사이로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며 내게로 걸어오던 너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석진아."

"응."

"사랑해."

"뭐야."

"진짜 사랑해."

태형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석진이 푸흐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석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포옥ㅡ 태형이 제 품에 석진을 담았다. 두터운 패딩에 푹신 안긴 석진이 부드러운 감촉에 기분이 좋았는지 별 말 없이 태형의 품에 안겼다.

"나는 진짜 너 없으면 안돼."

태형이 석진의 머리에 제 입술로 도장을 쪽쪽 찍어대며 애교를 피웠다.

"안부리던 애교를 왜 갑자기 막 부리고 그래."

석진이 웃으며 물었다.

"그냥. 오늘은 왠지 감성적이네."

"…좀 걸을까?"

석진의 말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묻히고 먹어."

석진이 태형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며 말했다.

"어짜피 네가 닦아줄 거잖아."

히히ㅡ 태형이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말하자 석진이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태형아. 내일 모레 크리스마스잖아.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뭐할까."

"뭐하고 싶은데?"

"나 너랑 같이 놀이공원 가고싶어. 뭔가 크리스마스 파티 굉장할 거 같아."

"아, 그 날 안된다."

"뭐? 왜?"

태형의 말에 석진이 큰 눈을 두배로 키우며 물었다.

"그 날 부모님이랑 친가에 다녀오기로 했어."

"나는 어쩌고?"

"미안…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며칠 전부터 말했잖아. 그 날은 비워두라고."

석진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태형의 표정에선 당황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내가 생각 못한 건 진짜 미안해. 근데 어쩔 수가 없어."

"됐어. 너는 친가나 가. 난 혼자라도 갈거니까."

"아 진짜 미안해…."

"됐다니까?"

토라져도 단단히 토라진 석진에 태형은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내가 진짜 늦게라도 갈게, 응?"

"늦게 올 거면 뭐하러 와. 크리스마스날 그 하루를 너랑 보내는게 중요한 건데 다 끝나갈 때 와서 뭐하냐구. 그럴거면 오지마."

차가운 공기 탓에 불그스름해진 볼을 감싸며 석진이 태형에게 등을 돌렸다.

"아 석진아…."

"집에 갈래."

석진아, 김석진! 태형의 부름에도 들은 채도 하지않고 석진은 그대로 태형을 지나쳐 집으로 향했다.


울적해진 마음을 달래려 웃긴 예능도 찾아보고 만화책도 읽어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봤지만 태형과 크리스마스만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기분에 석진의 눈꼬리에는 또 자그맣게 눈물방울이 맺혔다.

"씨…나랑 보낼거라면서…."

벅벅ㅡ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낸 석진이 옷장 문을 벌컥 열어재끼며 말했다.

"김태형 두고 봐. 내가 가서 남자란 남자는 다 꼬시고 온다."

그렇게 굳은 다짐을 하며 입을 옷을 하나 둘 꺼내 입어보는 석진이었다.



*
- 진짜 가?

"당연하지."

핸드폰 너머로 물어온 윤기의 물음에 석진이 답했다.

- 혼자서?

"당연하지."

- 괜찮겠어?

"당연하지."

- 김태형이 개자식이네.

"당연, 무슨 소리야! 우리 태형이가 어때서!"

다짜고짜 전화해선 자기는 실컷 욕해놓고 윤기가 한마디하자 버럭 화내는 석진에 있는 어이, 없는 어이 다 털리는 윤기다.

"아무튼! 오늘 하루는 나 찾지마!"

- 찾아달라해도 안 찾을건데.

"끊어!"

뚝ㅡ 끊어진 휴대폰을 붙들고 가만히 바라보던 윤기가 작게 피식ㅡ하고 웃었다.

'귀여워'라는 생각과 함께.


*
한껏 힘주어 세팅한 머리와 힘껏 공들여 고른 옷에 석진이 제 앞에 놓인 전신거울을 바라보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키야~~~이건 누가 봐도 연예인급 미모다."

소중한 머니와 휴대폰을 패딩 주머니에 대충 구겨넣은 석진이 운동화 마저 구겨신으며 대문을 나섰다.

"음ㅡ 날씨좋고."

하얗게 내려앉은 눈덩이들을 보며 석진이 꺄르르 웃었다. 기분좋게 시작한 하루는 석진이 놀이공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연인들로 가득찬 놀이공원 사이에서 석진이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고 콧김을 내뱉었다.

"오늘 하루 신나게 놀아볼까!"

차분하게 롤러코스터로 시작해서 바이킹이며 회전컵이며 후룸라이드, 하늘열차 등등 각종 놀이기구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자, 날은 벌써 해가 저물어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곧이어 퍼레이드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석진은 황급히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아, 물론 중간에 퍼레이드를 관람하며 먹을 간식과 음료수도 포함해서.

퍼레이드가 시작됨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며 하나, 둘 퍼레이드카와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팬스가 쳐진 코스를 따라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빵빠레가 울리고 음악소리가 커지며 인형탈을 쓴 직원들이 춤을 추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에 석진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들을 쫓기 바빴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라고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온 몸을 치장한 직원들이 걸어다니며 관객들 쪽으로 막대사탕을 던졌다. 석진의 시선이 사탕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사탕을 한 움큼씩 잡아내고서야 미소를 방긋 지으며 다시금 퍼레이드로 눈을 돌리는 석진이었다.

사탕에 정신이 팔렸던 석진이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퍼레이드로 시선을 옮겼을 때는 이미 퍼레이드가 80%이상은 진행되어 있었다.

아쉬움에 남은 퍼레이드라도 열심히 보자는 마음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눈을 크게 치켜떴다.

알록달록 반짝이는 눈사람,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송이, 관객들을 향해 큼지막한 인형탈 손을 흔들어재끼는 인형탈들. 그리고 예쁘게 장식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모든게 예뻤다.

그리고 그 순간, 지금 제 옆에 함께하지 못한 태형의 빈자리가 더더욱 크게 느껴졌다.

"…."

잘 참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차오르는 눈물에 석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김태형 나쁜새끼…."

퍼레이드가 끝났음에도 그치지 않는 눈물에 석진은 닦아내기를 멈췄다. 흐르면 흐르는 데로, 멈추면 멈추는 데로. 그냥 그렇게 두었다.

재밌게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다 망쳐진 느낌에 석진의 기분은 지하까지 찍고 온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열기구에 탑승하여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쯤, 석진의 휴대전화의 벨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태형이었다.

받을까, 말까. 짧은 시간 수십번, 수백 번을 고민한 석진이 결심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너 지금 어디야.

"알아서 뭐하게."

- 빨리 말해 봐. 어디야.

"...놀이공원."

- 아직 안나갔어?

"응. 열기구 타고 있어."

- 아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데?"

- 석진아. 여기 아이스링크야.

"뭐? 너 왜 거기있어."

- 여기 보여? 내려다볼래?

태형의 말에 석진이 열기구에서 일어나 상단 위로 발을 올리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한가운데 뻥 뚫린 아이스링크장으로 시선을 옮긴 석진은 왈칵 쏟아질 뻔한 눈물을 꾹 참았다.

석진의 시선이 닿은 곳. 즉, 태형이 서있는 곳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 석진아, 사랑해. ]

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 진짜 김태형…."

석진이 남은 한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 왜. 감동적이야?

"뭐래."

말은 까탈스럽게 했지만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석진 본인 조차도 주체할 수 없었다.

- 내가 말했지. 나는 너 없으면 안된다고.

"…."

- 나랑 결혼하자. 연애는 그만할래.

태형이 씨익 웃으며 열기구에 타있는 석진을 향해서 말했다. 그의 말에 석진이 수화기 너머로 훌쩍이며 말했다.

"바보."

- 응. 맞아 바보.

"…멍청이."

- 응. 멍청이도 맞아.

부정없이 수긍하는 태형의 태도에 석진이 조용히 태형을 불렀다.

"…태형아."

- 응.

"…사랑해."

- …응. 나도 사랑해.


사랑에서는 위너와 루저가 없다고. 누군가 그렇게 말했더란다. 하지만 태형의 생각은 달랐다. 사랑에서 위너와 루저는 존재하고, 그게 누가됐든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만 있다면 위너든 루저든 아무 상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더랜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내년 크리스마스도 그 내후년 크리스마스도. 너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어서 기뻐. 사랑해, 석진아.

좋아해줘서 고맙고 좋아하게 해줘서 고마워. 넌 내게 늘 첫번째야. 사랑해, 태형아.


Dear. 서로가 서로에게.

​Happy MerryChristmas.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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