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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 김석진은 웃을 때 유리창 닦는 소리가 난다.

"태형아."

"네?"

"내가 사는 섬은 어딘지 아니?"

"...아니요?"

"그건 바로, 핸섬이야. 핸섬!"

"..."

"이힠힠힠힠힠!!"

"재밌어요?"

"그럼 태형아, 랩퍼들이 사는 섬은 어딘지 아니?"

"...몰라요."

"왓썸이야핰핰핰핰!!"

김석진(는)이 '아재개그'를 시전하였다.

김태형(는)이 100의 피해를 입었다.

김태형 Lv.23 HP 0/100

김태형(는)이 쓰러졌다.


2/10, 김석진은 배고프면 왼쪽 눈을 깜빡인다.

"태형아."

"왜요."

(찡긋)

"배고파요?"

"아니. 윙크한거야."

"왜 사람 헷갈리게 왼쪽 눈으로 해요."

"태형아."

"왜요."

(찡긋)

"배고프면 말로 하라니까요?"

"윙크한거라니까."

"왜저래, 진짜."

...

"태형아."

"아 뭐요."

(찡긋)

"윙크 좀 그만해요, 누가보면 눈에 먼지들어간 줄 알겠네."

"아니 이번 건 배고픈거야."

김태형은 생각했다. 내 기필코 김석진은 죽이고 무덤에 고이 묻히겠노라. 하고.


3/10, 김석진은 감정에 변화가 생기면 귀가 빨개진다.

"태형아."

"이름 닳겠다, 그만 불러요."

"이름은 안 닳아."

"그럼 형 입술이라도 닳게 해 드릴까요?"

"야, 너는! 공공장소에서 부끄럽지도 않게!"

"키스가 뭐 나쁜 건가요."

"조용히 해 임마!"

부끄러운지 석진의 귀가 또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형 지금 부끄럽죠."

"닥쳐 제발."

귀 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빨게지는 탓에 석진이 제 얼굴을 가리려 손을 모아 얼굴에 가져다댔다. 보고있자니 좀 귀여운 거 같기도 하네.


4/10, 김석진은 먹는 걸 좋아한다.

"태형아."

"네."

"저거 사 줘."

"좀 전에 밥 먹었잖아요."

"저건 밥이 아니라 후식이야. 누가 아이스크림을 밥으로 먹니?"

"그게 들어가요?"

"그럼."

석진이 야물딱지게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며 대답했다. 으이구. 묻었잖아요. 태형이 석진의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자연스럽게 닦아 제 입으로 가져다댔다.

"아이스크림이 다네."

"그치? 근데 나 다 먹었어. 우리 이제 커피 먹자."

"아니 또 먹는다구요?"

"커피는 음식이 아냐. 물이지. 물은 수분이고. 우리는 수분이 많이 필요해."

"퍽이나요."

그 뒤로도 핫도그, 타코야끼, 컵강정 등 쉴 새 없이 석진의 입으로 직행하는 음식들 탓에 태형의 지갑은 두둑할 날이 몇 없었다.


5/10, 김석진은 핑크색을 좋아한다.

"태형아."

"왜요."

"나 부탁하나만 해도 돼?"

"평소에도 많이 하면서 왜 처음인 척 해요."

"닥치고. 해도 돼?"

"...하세요."

"옷장 하나만 사다주라."

"고새 또 옷 샀어요?"

"나는 그냥 지나가고 싶은데...옷이 자꾸 날 간절하게 쳐다보는 바람에. 불쌍하잖아."

"옷에는 눈이 없어요."

"닥치라니까?"

"네...그래서요."

"그래서 외면하려고도 해봤는데, 그러려니까 얘가 막 나를 부르는 거야. 나 좀 봐달라고."

"옷은 입이 없,"

(째릿)

"네..."

"그래서 데려왔지. 그러니까 우리 애기 들어갈 집 좀 장만해 줄래?"

"형 근데 또 핑크색이네요."

"뭐, 꼬와?"

"아니요...저번에도 핑크색 후드티 사오지 않았어요?"

"그게 뭐."

"형 옷장 열면 100% 중에 95%가 핑크색이잖아요. 내가 보기엔 다 거기서 거기드만, 왜 자꾸 사와요. 집 미어터지게..."

"내 옷 내 돈 주고 사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옷장이나 빨리 주문해."

새침하게 휙 돌아서는 방을 나가는 석진에 태형은 생각했다.

그러니까 옷은 네가 사는데 옷장은 내가 사잖아요...왜 상관을 못해...이 망할 김석진아...


6/10, 김석진은 초딩이 분명하다.

"태,"

"말해요."

"나랑 가챠샵 가자."

"거길 내가 왜 가요?"

"가주면 덧나냐."

"귀찮아요."

"그럼 노래방 가자."

"아 귀찮다니까요."

"...그러면 오락실은?"

"형,"

"10점 먼저 내는 사람이 고기 쏘기."

"...무르기 없기에요?"

오락실에 도착한 둘은 시작하기도 전에 웃옷부터 벗어 던지기 바빴다.

스코어
농구 태형 1 : 0 석진
다트 태형 2 : 0 석진
마리오카트 태형 3 : 0 석진
비시바시 태형 3 : 1 석진
펌프 태형 3 : 2 석진
철권 태형 4 : 2 석진
비행기격추 태형 4 : 3 석진
총게임 태형 5 : 3 석진
스키점프 태형 6 : 3 석진
오토바이레이싱 태형 7 : 3 석진
태고의 달인 태형 7 : 4 석진
틀린그림찾기 태형 8 : 4 석진
사격 태형 9 : 4 석진
펀치 태형 10 : 4 석진

-End-

"아 억울해!!"

"패배는 깔끔하게 인정하시죠."

태형의 말에 석진이 울멱였다.

"한번만 다시 하면 안돼...?"

"안돼요."

"치싸빤쓰새끼."

"뭐라구요?"

"배고프니까 얼른 고기 먹으러 가자구^^"

고깃집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궁시렁대는 석진에 태형은 귀마개를 장착해야 할 판이었다.

태형이 구워진 고기를 입에 넣으려는 순간,

"울트라초특급 짠돌이 새끼."

라는 석진의 말에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석진을 바라봤다.

"아!"

석진에게 꿀밤 한 대를 쥐어박아준 태형이 다시 젓가락을 들고는 기분좋게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사실은 김태형도 초딩이었을지도.​


7/10, 김석진은 질투가 심하다.
ㄴ (+번외, 김태형은 애기를 좋아한다.)

"태형아..."

"왜요."

"나도 그거 주면 안돼?"

"미쳤어요? 애 분유를 왜 뺏어먹으려 해요."

"분유가 그렇게 맛있대."

"조금만 기다리면 밥 해줄테니까 좀 기다려요."

"...태형아."

"아 뭐요."

"그러면 나 저거 한번만 타봐도 돼?"

"아니 형이 애기들 걸음마 보조기를 왜 타요..."

"재밌어보인단말야."

"제발 형 나잇값 좀 하세요..."

"그치만 네가 자꾸 걔랑만 놀잖아...나랑도 놀아달란말야."

"이젠 하다하다 애 보는 거에도 질투해요? 우리 애 생기면 어쩌려고."

"ㅁ,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왜요. 형 나랑 결혼 안할거야?"

"헛소리말구 애나 봐."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호다닥 도망가는 석진에 태형이 웃었다. 질투 암만해도 나는 형이 제일 좋다구요.


8/10, 김석진은 자기 관리에 예민하다.

"형 밥 먹어요."

"안돼."

"왜요."

"6시 넘었잖아. 안 먹어."

"겨우 5분 넘었는데요...?"

"운동해야 돼."

"형 오전에도 헬스 갔다왔잖아요. 그러다 쓰러지면 어떡해요."

태형이 걱정되는 말투로 묻자, 석진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이번달 안에 5kg는 감량해야 돼."

"왜요?"

"약속이야."

"누구랑요?"

"나랑."

"하루 먹는다고 몸무게 불어나진 않아요."

"실패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야."

"그럼 저 혼자 먹을게요."

태형이 러닝머신 위에 서있는 석진을 뒤로하고 식탁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숟가락을 들고 밥을 한 숟갈 떠서 제 입으로 가져다다었다. 우물우물, 열심히 밥알을 씹으며 다른 반찬들을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맛있어?"

콜록콜록-

석진의 물음에 태형은 사례가 들렸는지 헛기침을 해대며 다급하게 컵을 들어 물을 삼켰다.

"배고프면 먹으라니까요?"

괜히 사람 사례들리게. 태형이 궁시렁대며 다시 수저질을 해댔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석진에 참고있던 태형이 말했다.

"형 그러면 딱 한입만 먹어요."

"...한입만?"

"응, 한입만. 이거 먹고 운동하면 전혀 살 안쪄."

태형의 말에 고민하던 석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냐...안돼."

"싫음 말고요."

석진의 거절에 태형이 미련 없다는 듯 우물우물 갈비찜을 입안 가득 욱여넣었다.

"태형아..."

"왜요."

"한국인이면 삼세번은 물어봐줘야 되는 거 아냐...?"

석진의 애간장 타는 말투에 태형이 웃으며 물었다.

"먹을래요?"

"...응."

...

"(우물우물) 내가 살찌면 다 김태형 때문이야."

"알았으니까 다 씹고 말해요."

"너 때문이니까 네가 나 책임져."

"알았어요. 그니까 밥 다 먹고, 네?"

"...네가 나 책임지라구."

"형...지금 그 말..."

태형이 어안벙벙한 말투로 말끝을 흐렸다. 부끄러운지 석진은 밥그릇에 코라도 박을 듯, 고개를 아래로 푸욱 숙이고는 묵묵히 밥만 떠먹을 뿐이었다.

"형...고마워요, 내가 잘해줄게."

"몰라, 이 멍청아."

그 날 태형의 얼굴에는 하루종일 미소가 떠날 일이 없었다고 한다.


9/10, 김석진은 웨딩드레스가 잘 어울린다.

"태형아."

"네..."

"나 어울려?"

"...네."

"나 예뻐?"

"...완전요."

"알아, 나도."

"..."

평소같으면 "형은 그 자신감으로 미스코리아 나가도 1등 하겠어요." 하며 석진을 비꼬았을 태형이 오늘은 조용하길래 이상했는지 석진이 거울 너머로 태형의 얼굴을 바라봤다.

넋 놓고 석진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만 감상하고 있는 태형에 석진이 작게 웃었다.

"내가 그렇게 예쁘니?"

"진짜, 완전요...오늘 진짜 예뻐요..."

석진이 태형의 턱을 붙잡곤 제 얼굴에 마주했다. 화들짝 놀란 태형이 딸꾹질을 하자,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석진이 꺄르르 웃었다.

"너도 잘 어울려."

석진이 큼큼 헛기침을 하며 스치듯 태형에게 말했다.

칭찬을 부끄러워 하는 형이라 대놓고 말은 못하더라. 귀여워.

"고마워요."

"셀카나 하나 찍을까?"

석진의 말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와 봐."

"제가 들게요. 형 드레스 불편하잖아."

태형이 웃으며 석진의 손에 있던 핸드폰을 넘겨 들었다.

"자 여기 보시고. 하나, 둘, 셋 하고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찰칵-

"와 여기 조명도 완전 예쁘다. 그치?"

석진이 웃으며 말했다.

태형은 생각했다.

너도 예뻐요. 하고.


10/10, 김석진은 호기심이 많다.

"태형아."

"이 동네 사람들이 제 이름 김태형인 거 다 알겠어요."

"너 지금 쓰는 거 뭐야?"

"이제는 아주 개무시를 까는구만."

"빨리 말해 봐, 뭐야?"

"관찰일기에요."

"무슨 관찰일기?"

"김석진 관찰일기."

"뭐? 그런 걸 왜 쓰는데?"

"음...연애할 때 형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태형이 네모진 입술로 개구지게 웃었다.

"뭐야 그게."

석진이 장난스럽게 태형의 어깨를 툭 쳤다.

"근데 이제 그만쓰려구요."

"왜?"

"이제는 필요 없어졌으니까요."

"왜 필요없어졌는데?"

"뭐 그렇게 궁금한게 많아요."

"말해줘."

"음- 글쎄요?"

"아 뭐야."

석진이 툴툴거리며 태형을 밉지않게 째려봤다.

"말해줘요?"

"어. 빨리."

"...형이랑 결혼했으니까. 이제 이런 거 필요없어도 형이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요."

"..."

"연애할 때는 헤어지면 끝이지만 결혼하면 이혼신청ㅅ,"

"아니."

"네?"

"내가 너랑 왜 이혼을 해, 이 바보야. 벌써부터 그런 생각하면 어떡해."

"...형."

"네가 싫다해도 나는 안 헤어질거야. 알겠어?"

"...형."

"뭐, 임마."

"사랑해요."

"..."

"사랑해요."

"너..."

"사랑해요."

"...나도."


김석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게 됐다. 김석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많은 정보를 들었다. 김석진이라는 사람과 이제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너무 과분하고, 너무 많았던 정보들을 일기장에 빼곡히 채워넣었다. 그리고 이제는 일기장이 아닌, 김석진과 김태형의 머릿속에 채워넣을 것이다. 서로에게 더이상은 정보가 아닌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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