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펑펑 내리던 한 겨울 날. 너는 그렇게 내게 왔었다. 새하얗게 세상을 가득 채웠던 눈송이들 사이로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며 내게로 걸어오던 너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석진아." "응." "사랑해." "뭐야." "진짜 사랑해." 태형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석진이 푸흐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석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포옥ㅡ 태형이 제 품에 석진을 담았다. 두터운 패딩에 푹신 안긴 석진이 부드러운 감촉에 기분이 좋았는지 별 말 없이 태형의 품에 안겼다. "나는 진짜 너 없으면 안돼." 태형이 석진의 머리에 제 입술로 도장을 쪽쪽 찍어대며 애교를 피웠다. "안부리던 애교를 왜 갑자기 막 부리고 그래." 석진이 웃으며 물었다. "그냥. 오늘은 왠지 감성적이네." "…좀 걸을..
* 1/10, 김석진은 웃을 때 유리창 닦는 소리가 난다. "태형아." "네?" "내가 사는 섬은 어딘지 아니?" "...아니요?" "그건 바로, 핸섬이야. 핸섬!" "..." "이힠힠힠힠힠!!" "재밌어요?" "그럼 태형아, 랩퍼들이 사는 섬은 어딘지 아니?" "...몰라요." "왓썸이야핰핰핰핰!!" 김석진(는)이 '아재개그'를 시전하였다. 김태형(는)이 100의 피해를 입었다. 김태형 Lv.23 HP 0/100 김태형(는)이 쓰러졌다. 2/10, 김석진은 배고프면 왼쪽 눈을 깜빡인다. "태형아." "왜요." (찡긋) "배고파요?" "아니. 윙크한거야." "왜 사람 헷갈리게 왼쪽 눈으로 해요." "태형아." "왜요." (찡긋) "배고프면 말로 하라니까요?" "윙크한거라니까." "왜..
* 언제나 그의 손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그를 닮은 정갈한 꽃들로만 장식된 단정한 꽃다발. 나는 그의 순수한 면이 좋았다. 예뻤다. 가지고 싶다고, 내 걸로 만들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태형아." 그가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부를 때면 여지없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주체 못하고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그에게까지 전해질까봐 늘 마음을 조렸다. 그는 항상 나를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로 온화하게 웃었다. 그런 미소를 눈에 담고 있자면 마음까지도 편안해 지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지민이를 만났어.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해서 내가 늘 질투했잖아." 그가 어설프게 질투할 때면 귀여운 마음에 더 못되게 굴곤 했는데. 이제 와서 미안해 해봤자 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지민이도 너를 많이 좋아했었지. 나는 ..
* 칫솔은? 챙겼어. 치약은? 그것도. 태형의 물음에 석진이 대답했다. 그렇게 당연한 건 안 물어 봐도 돼. 석진이 입술을 잔뜩 내밀곤 툴툴거렸다. 형은 그런 당연한 것도 못 챙기니까 물어보는 거에요. 태형의 말에 석진이 할 말을 잃고 조용히 내밀었던 입술을 집어넣었다. 짐 다 챙겼으면 출발해요. 이러다 열차 놓치겠어요. 태형이 제 몸집만한 가방을 어깨에 걸쳐매며 석진에게 말했다. 어어, 그래.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짐들을 마저 가방에 구겨 넣은 석진이 대답했다. 놓고 온 거 없죠? 안전벨트를 매던 태형이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또 누구냐. 나 김석진이야ㅡ태형이 확인하듯, 재차 되물었다. 진짜 없어요? …뭐 두고 왔나? 그제서야 태형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묻는 석진이었다. 손 내밀어 봐요.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