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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댕 댕 댕 ㅡ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아ㅡ 늦으면 큰일이 나고 말거야.

정국이 헐레벌떡 바쁜 걸음으로 집을 향해 뛰었다. 아슬아슬하게 12시 4분이 되기 1분 전인, 3분에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전정국! 지금이 몇신데 이제 들어와?"

"…죄송합니다."

"정신머리가 있는거야, 없는거야? 내가 미리미리 다 끝내놓라고 했지? 됐고, 얼른 밀린 빨래나 하도록 해!"

정국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던 계모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대며 방을 나섰다.

조용히 빨래가 담긴 통을 어깨에 들춰 맨 정국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언제쯤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냐. 아버지께서는 새어머니와 언니들이랑 잘 지내라고 하셨어. 나는 잘할 수 있을거야."

"누가 그래?"

"네?"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그러더냐고."

목소리만 들릴 뿐, 보이지 않는 모습에 정국이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누구세요? 어디계신거죠?"

"어딜 보고 얘기하는 거야?"

퍼엉ㅡ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낸 석진에 정국은 여전히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뭘 봐?"

도도하게 정국을 노려보던 석진이 말했다.

"어…당신은 마법사세요?"

따악ㅡ

"아!"

정국의 물음에 석진이 들고있던 요술봉으로 정국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말했다.

"이자식이. 어딜봐서 내가 마법사야? 보면 몰라? 요정이잖아!"

석진이 금색으로 빛나는 제 머릿결을 찰랑거리며 말했다.

"…아, 네…요정님…."

정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석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이러니까 미움을 받고 살지!"

"제가 미움을 받는다구요?"

정국이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

"뭐야. 모르고있었어?"

정국의 물음에 석진이 더더욱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는 전혀 몰랐어요…."

정국이 석진의 말에 대답하자, 석진이 기가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세상 둔하디 둔하네.' 하며.

"그러면 요정님. 저는 내일 모레 저 성에서 있을 무도회에 갈 수 없는 건가요?"

"왜 못가는데?"

"새어머니께서 저에게 집안일을 시키셨거든요."

"다 해놓고 가면 되잖아."

"그럴 수 없어요…."

"왜?"

석진이 답답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넣으라고 하셨어요. 벌써 물을 채우기 시작한지 일주일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그대로인걸요."

정국의 말에 석진이 어이없고 기가차는 마음에 '허허 이 친구 정말 노답이네.' 라고 말하자, 정국이 물었다.

"노답이 뭐예요?"

"어린애들은 몰라."

석진이 대충 얼버무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담 이 잘생긴 내가 이번만 특별히 도와주지. 자 어서 날 찬양해."

석진의 말에 정국이 와아아…. 하며 대충 비위를 맞춰 주었다.

"앞으로 3일 뒤에 열릴 무도회에 가고 싶다면 내 말을 잘 듣는게 좋을거야."

"지금 협박하시는 거에요? 요정이 아니라 깡패네, 깡패."

찌릿ㅡ

정국의 말에 석진이 정국을 노려봤다. 조용히 입을 다문 정국이 석진을 향해 어설프게 웃어보였다.

"3일 동안 매일 새벽 12시 마다 네가 너의 새엄마와 언니 둘에게 해야할 일을 줄거야."

"그게 뭔데요?"

"그건 12시가 되면 알려줄게. 나는 밤의 요정이니까 그 때가 아니면 찾아오지 못하거든."

"오늘은 어떻게 오신건데요?"

"…제발 그만 물어줄래? 내가 널 물어버리는 수가 있어."

석진이 정국에게 으르렁대며 말했다.

"그럼 내일부터 인가요?"

"그렇지."

"어떤 일일지 너무 궁금해요."

"참으렴. 나는 이만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잠시만요! 요정님! 요정님?"

정국이 조금 전까지 석진이 있던 자리를 두리번 거리며 석진을 찾았지만 언제 있었냐는 듯 감쪽같이 사라진 석진을 찾을 수는 없었다.





*
똑똑ㅡ

조용히 다락방에서 일기를 끄적이던 정국이 소리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창문 쪽에서 난 소리에 정국은 의자에서 내려와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창문을 열어 재끼자, 반딧불이마냥 빛나는 물체가 방 안으로 날아들어왔다.

"…요정님?"

단번에 그 불빛의 주인이 석진임을 알아낸 정국이 그를 불렀다.

퍼엉ㅡ

모습을 드러낸 석진이 정국에게 말했다.

"자, 미션을 주러 왔어."

"어떤 일이죠?"

"처음이니까 아주 간단해. 이 씨앗을 너의 첫째 언니 베개 밑에 넣어두고 오면 돼."

"이 씨앗이 무슨 씨앗인데요?"

"그건 나중에 알게 될거야. 그럼 난 이만."

"잠시만요, 요정님!"

정국의 부름이 닿기도 전에 모습을 감춘 석진에 정국은 한숨을 푹 내쉬곤 제 손에 쥐어진 씨앗을 품에 꼭 품었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 첫째 언니의 방으로 향한 정국은 최대한 숨소리와 발소리를 죽이고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곤히 자고있는 첫째 언니의 모습에 안심한 정국이 가지고 있던 씨앗을 조용히 베개 밑으로 들이밀어넣었다.

부스럭대는 소리조차 못들을만큼 곤히 잠든 모습을 확인한 정국이 뒤를 돌아 제 방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얼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뭐야. 쉽네."

정국이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이정도면 내일도 문제 없겠는데? 라는 들뜬생각과 함께.





*
"네? 뭐라구요?"

"이번에는 이 씨앗을 먹이고 오라구."

"자다가 목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이 와중에 그 못된 언니가 걱정이라도 되나보네?"

"…그래도 제 언니잖아요."

"어쩔 수 없어. 네가 이걸 성공해내지 못하면 무도회에 갈 수 없게 돼."

"…."

석진이 내민 씨앗을 바라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정국이 결국에는 씨앗을 받아들며 물었다.

"…입 안에 넣기만 하면 되는거죠?"

으쓱ㅡ

"그렇다니까. 그래도 삼키는 것까지는 보고 오도록 해. 뱉어내면 말짱도루묵이니까."

"가만보면 요정님은 신기해요."

"뭐가."

"이 시대 사람이 아닌 느낌이에요."

"그럼 너는 요정이 사람이랑 같이 사는 거 봤니?"

"…."

잔말말고 빨리 다녀와. 석진의 말에 정국이 대답을 못하자, 석진이 정국을 부추겼다.





둘째 언니의 방으로 향한 정국은 역시 곤히 잠든 언니의 모습을 확인하고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침조차도 조용히 꿀꺽 삼키며 언니의 입을 살짝 벌린 정국이 입 안으로 씨앗을 밀어넣었다.

"으음…."

미간을 찌푸리며 신음하는 언니에 화들짝 놀란 정국이 후다닥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뛰쳐나왔다.

"후우…이제 하루만 더…."

정국은 빨리 다음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
"짜잔ㅡ 드디어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이것만 성공하면 오늘 있을 무도회에 갈 수 있다구!"

석진이 웃으며 정국에게 말했다.

"오늘은 뭘 하면 되는데요."

정국이 석진에게 묻자, 석진이 스프레이 한 통을 건내주며 말했다.

"오늘은 이 스프레이를 새엄마의 배 위에 뿌리고 오도록 하렴. 꼭 이 한 통을 다 써야 해."

"전 진짜 요정님 의도를 모르겠어요."

"다 널 위한거야. 곧 마법같은 일이 벌어질테니 기대해도 좋다구."

자, 어서 가. 꺄르르 웃으며 석진이 말했다.





"전정국?"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새엄마를 지켜보던 정국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놀라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 시간까지 안자고 뭐하는 거니? 어서 이리와보렴."

"…."

끼이익ㅡ 문을 열고 들어간 정국이 둘 곳 잃은 눈동자를 도륵도륵 굴리며 눈치를 봤다.

"뒤에 숨기고 있는 건 뭐야? 어서 이리 내."

새엄마의 말에 혼란이 온 정국이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대답했다.

"…곧 있으면 열릴 무도회에서 드리려 했는데 얼른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제가 만든 향수인데 새엄마에게 어울리실 거 같아서 들고 왔어요. 제가 뿌려드릴게요."

정국이 말을 끝마치고는 스프레이를 새엄마의 배 부근을 향해 뿌렸다.

"…얘! 너무 많이 뿌리는 거 아니니?"

"…많이 뿌려야 향이 오래 남아요!"

대충 얼버무리며 한 통을 퍼부은 정국이 '그럼 저는 이만 자러갈게요!' 하며 제 다락방을 향해 달렸다.





*
그렇게 새벽이 지나고 아침을 맞은 정국은 방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눈을 떴다. 기지개를 켜고는 방을 둘러보자, 제 옷걸이에 걸려 있는 화려한 드레스가 눈에 띄었다.

"헉.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오늘 네가 입고 갈 드레스지."

토끼 눈을 뜨고 드레스를 쳐다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정님?"

하이ㅡ 석진이 정국에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밤 12시에만 찾아올 수 있다면서요."

"응. 그거 그냥 있어보이려고 한 소리야."

"…."

"빨리 드레스나 입어 봐. 사이즈 안맞으면 바꿔와야 한단말야."

"…주문제작이에요…?"

"그럼, 내가 손수 만들었게?"

정국이 헛웃음을 짓자 석진이 '어쭈, 이제 헛웃음도 짓네.' 하며 정국을 놀렸다.





"전정국, 독에 물은 다 담아놨니?"

"…아! 맞다 물!"

"역시ㅡ 정국이 네가 그럼 그렇지."

"독에 물이나 잘 담고 있으렴!"

새엄마와 언니들이 정국을 비웃으며 성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허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정국이 마차를 떠나보내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요정님! 요정님!"

다급하게 석진을 찾는 정국의 목소리에선 애가 타는게 느껴졌다.

퍼엉ㅡ

"뭔데! 왜!"

정국의 다급함에 같이 다급해진 석진이 후다닥 나타나서는 호들갑을 떨었다.

"제가 말씀 드렸던 밑 빠진 독은 어떻게 됐어요?"

"아아ㅡ 뭐야. 그거? 당연히 다 담아놨지. 내가 걱정말라고 했잖아."

"그럼 미리 말해주셨어야죠! 마차가 이미 떠나갔단 말이에요!"

정국이 울먹거리며 석진에게 소리쳤다.

"씨잉…이제 무도회도 못가구…어쩔거에요!"

"뭐야. 그것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였어?"

"그것 때문이라뇨! 저는 이제 무도회에 못가게 됐는데!"

"마차야 내가 만들어 주면 될 거 아냐."

석진이 들고 있던 요술봉을 몇번 휘적휘적 흔드는다 싶더니 뚝딱뚝딱 눈 앞에 화려한 마차가 나타났다. 그 모습에 울고있던 정국이 깜짝 놀라 달려왔다.

"어떻게 하신 거에요?!"

"쉿. 그건 비밀. 어서 타. 무도회에 가야지."

석진이 웃으며 정국에게 말했다.

"근데 요정님. 운전은 누가 해요?"

"당연히 내가 하지. 이래 봬도 면허 8년 차야."

이랴ㅡ! 석진이 고삐를 잡고 말을 몰기 시적했다.





*
무도회장에 도착하자 정국이 서둘러 마차에서 내렸다. 헛둘헛둘 계단을 오르는 정국에게 석진이 소리쳤다.

"정국아!! 명심해!! 12시 4분이 되기 전에 돌아와야 해!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나고 말거야!"

석진의 말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 정국이 무도회장에 발을 디뎠다. 화려한 장식들과 눈부신 조명들에 정국이 탄성을 지었다. 제 앞에 놓인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에 정국이 걸음을 옮겼다.

열심히 눈으로 구경하고 있던 중 누군가 정국에게 말을 걸어왔다.

"혼자 오셨나요?"

정국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예쁘게 접힌 눈꼬리와 말랑한 입술이 매력적이었다. 멋지게 차려입은 정장이 눈에 띄게 잘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넋 놓고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정국에게 물었다.

"제 얼굴에 뭔가 묻었나요?"

절레절레ㅡ 고개를 열심히 가로저은 정국이 아니라며 손사례를 쳤다.

"너무 아름다우셔서…."

"그 쪽이 더 아름다우세요."

지민의 말에 정국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괜찮으시면 한 곡 추실까요?"

지민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곡이 두 곡, 두 곡이 세 곡이 될 때까지 들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런 모습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새엄마와 언니들이었다.

"저 기집애는 어떻게 온거람?"

"지가 뭔데 왕자님하고 춤을 추고 있는거야?"

"훈육이 부족했던 모양이야. 혼쭐을 내줘야겠어."

이를 바득바득갈며 정국에게로 다가간 첫째 언니가 정국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머ㅡ 왕자님! 안녕하세요! 정국이 언니예요ㅡ 저희 애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만 실례해도 될까요?"

평소 하지 않았던 언니의 행동에 당황한 정국이 뭐라 말하려 입을 열자, 짧은 순간 첫째 언니의 째림에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
구석으로 정국을 데려간 첫째 언니가 정국을 잔뜩 노려보며 소리쳤다.

"네가 뭔데 왕자님하고 춤을 추고 있는거야!?"

"언니, 오해에요. 저는 왕자님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세상에. 이게 어디서 거짓말까지. 혼쭐 나봐야겠니?!"

정국에게 손찌검을 하려 새언니가 손을 올리자, 정국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새언니가 머리에 단 브로치에서 싹이 자라나더니 긴 넝쿨이 돼어 첫째 언니의 몸을 옭아 맸다.

"ㅁ, 뭐야 이거! 꺄악!"

뺨에 느껴지는 통증이 없음에 슬쩍 눈을 뜬 정국은 앞에 벌어진 광경에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저 기집애 잡아!"

새엄마가 소리치자, 둘째 언니가 정국을 향해 달려왔다. 왜인지 도망쳐야 할 거 같은 느낌에 정국이 드레스를 붙잡곤 냅다 달렸다.

"거기서 전정국!"

둘째 언니의 부름에도 정국은 뒤돌아 보지 않은 채 달렸다. 정국을 쫓던 둘째 언니는 갑자기 목이 간지러운 느낌에 뛰면서 콜록콜록대며 목을 다셨다. 그러자 갑자기 차가운 냉기가 입 안에서 나오더니 땅을 얼리기 시작했다. 얼어버린 땅 때문에 미끄러워지자, 더 이상 둘째 언니는 정국을 쫓아갈 수 없었다.

"전정국! 거기 안 서?!"

열심히 도망친 정국은 서둘러 건물 밖으로 나와 뒤를 돌아봤다. 건물 위 쪽에 걸린 큰 벽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계를 바라보자 시계의 초침이 12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헉! 큰일났다. 요정님이 12시 4분 전까지는 돌아오라고 했는데!"

정국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정국!"

뒤에서 정국을 부르는 새엄마의 목소리에 정국이 뒤를 돌았다.

"지금 거기서 멈추면 네가 오늘 저지른 짓은 다 용서해 주마."

새엄마의 말에 정국이 망설이자, 조심스럽게 새엄마가 정국에게로 다가갔다.

"어때. 너도 혼나기 싫지?"

계속해서 다가오는 새엄마에 정국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새엄마를 향해 소리쳤다.

"싫어요! 오지마세요!"

정국의 외침이 스위치라도 된 듯, 새엄마의 배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꺄아악! 이게 뭐야! 살려줘!"

풍선만큼 부풀어 오른 몸이 공처럼 둥글게 말려서는 계단 밑을 향해 굴러 떨어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국은 다시금 계단을 내려갔다.

"정국씨!"

지민이 정국을 불렀다. 그의 부름에 뒤를 돌아 본 정국이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요!"



댕 댕 댕ㅡ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
급하게 내려 온 탓에 유리구두 한 쪽을 잃어버린 정국이 나머지 한 쪽 구두마저 벗어서 손에들곤 석진이 타고 있는 마차를 향해 뛰었다.

"빨리 와!"

석진의 말에 정국이 거의 나르다싶이 마차를 향해 뛰어올랐다. 서둘러 마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 석진이 정국에게 말했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허억…저 진짜 힘들었어여…."

"무도회는 어땠어?"

석진이 정국에게 물었다.

"아름다운 왕자님을 만났어요."

"…나는?"

"…예?"

"나는 요정인데 나는 안 아름다워?"

"어…요정님도 아름다워요."

"그럼 나랑 결혼할래?"

"예?"

석진의 뜬금없는 고백이 정국이 놀라 되물었다.

"동화에서는 왕자님이 유리구두가 발에 맞는 사람 찾아서 결혼하던데."

"…그게 어쨌는데요?"

"지금 내가 그 유리구두 한 짝을 가지고 있거든."

"…."

"내가 왕자할게. 이 유리구두 신어줄래?"

석진의 물음에 정국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20xx년 x월 x일 날씨 맑음.
마법 같은 시간이 지나고 새롭게 또 다른 마법같은 시간이 찾아올 거 같다. 아마 내 일생에 다시는 없을 경험인 거 같다.

- 전정국의 일기 中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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