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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총/- 짐진

[짐진] 솜사탕

제약 2018. 1. 17. 21:49


솜사탕처럼 달다고하던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식감이 아주 감칠맛난다고 하던가. 맛봐볼까하면 녹아 없어져 조금 더 맛보고싶게 애간장을 태우는 솜사탕은 마치 김석진이란 사람을 비유한 음식같았다.





#.
"김석진이구요. 한 학년밖에는 함께하지 못하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너를 만났을 때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고3이라는 타이틀을 갓 달았을 때였다. 다들 너의 전학생이라는 꼬리표에 너나 할 것 없이 구경을 했더라지만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 때에 나는 딱히 친구에게 많이 애정을 쏟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게 말을 걸어왔었다.

"안녕?"

"으웅…."

잠에 취해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지민이 답했다.

"네가 지민이야?"

"으…응?"

지민이 낯선 목소리에 웅크린 팔을 피고 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지민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석진이 미소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누구?"

"뭐야. 아침에 자기소개했는데. 안들었어?"

"…미안."

왜인지 사과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에 지민이 석진에게 사과를 건넸다.

"아니 뭐. 미안할 건 없어."

"…근데 왜."

"응?"

"날 왜 찾아?"

지민이 묻자 석진이 그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왜?"

지민이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되물었다. 그에 오히려 당황한 석진이 지민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 친해지고 싶은데 이유가 있어?"

그치…이유가 필요하진 않지….

석진의 말에 지민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보다 너 2반 김태형이랑 친하지?"

석진이 턱을 괴며 지민에게 말했다. 그에 지민이 눈을 휘둥그레뜨며 석진에게 물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아?"

"태형이가 너랑 친구라고. 친하게 지내달래."

"아니 그건 걔가 나한테 해줘야 할 말 아냐?"

지민이 어이없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석진에게 말했다.

"들어보니까 등하교도 태형이랑 같이하던데. 나랑 집 방향도 같으니까 우리 셋이 같이 다니면 되겠다. 그치?"

"김태형은,"

"태형이는 좋다고 했어. 너한테만 물어보래."

"…내가 싫다하면 같이 안 다니나?"

"같이는 못 다니고 뒤따라 다니겠지OvO?"

야무지게 오물거리는 석진의 입술에 시선이 꽃힌 지민이 그만 풉ㅡ하며 웃음을 내뱉었다.

"뭐야? 사람 말하는데 왜 웃고 그러냐? 허락의 표시인가?"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면 거절할 수가 없잖아.

지민이 내려오지않는 입꼬리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의 허락을 받아낸 석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호들갑을 떨었다.

"진짜?! 진짜지? 무르기없기?!"

승천할 거 같은 광대를 겨우 쥐어잡은 지민이 그런 석진을 보며 숨을 돌렸다.





#.
"근데 박지민이 거기서 그걸 발로 차버렸다니까."

태형이 석진에게 발차기하는 시늉을 보이며 말했다. 태형의 행동에 꺄르르 숨넘어갈듯 웃던 석진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지민이가 그런 성격이구나."

"그런 성격은 뭔데?"

지민이 퉁명스럽게 묻자 석진이 답했다.

"아니 그냥. 난 지민이가 좀 더 말랑한 느낌일 줄 알았지. 근데 이건 이거대로 매력있네."

"말랑한 느낌은 뭐고 딱딱한 느낌은 뭔데."

"비밀. 그건 안 가르쳐 줄래."

석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에 지민과 태형 모두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우리 집 갈래? 집에 새로 산 게임기 있어."

석진의 말에 어짜피 고3이라지만 공부는 체질과 맞지 않아 놓은 지 오래인 둘은 서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
"이게 뭐야?"

석진이 지민과 태형의 앞에 내려놓은 접시에 의아함을 품은 태형이 물었다.

"원래 손님이 오면 요깃거리 대접해 주는 거잖아."

"근데 왜 나는 딸기고 얘는 푸딩인데?"

"너는 딸기가 잘 어울리고 지민이는 푸딩이 잘 어울리니까."

"그런게 어딨어."

"내맘이야."

겉잡을 수 없는 석진의 행동에 지민이 웃었다. 진짜 엉뚱하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내일 주말인데 너네 뭐할거야?"

석진의 물음에 지민과 태형이 대답했다.

"방콕."

"나도."

"으음…. 그럼 우리 놀이공원 가자."

"남자 셋이 칙칙하게 무슨 놀이공원이야."

태형이 장난스레 말했다.

"왜? 의외로 재밌을 거야. 가보고 싶어. 가자, 응?"

"난 안가."

지민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석진의 시무룩해진 표정에 안절부절하던 태형이 말했다.

"그럼 둘이라도 갈래?"

"진짜?"

"응. 너 지방에서 와서 안가본거지? 내가 같이 가줄게."

태형의 말에 벌떡 일어나 기뻐하는 석진의 모습을 보니 지민은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좋냐?"

지민이 석진에게 묻자 석진은 붕붕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아! 우리 가면 사진도 많이 찍자!"

"엉? 그래."

석진의 말에 베시시 웃는 태형이 괜시리 밉게 보이는 지민이었다.

"난 집에 간다."

지민이 자리를 털며 몸을 일으켰다.

"엥? 벌써 간다고?"

"어."

"왜?"

석진이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지민에게 물었다. 석진의 물음에 흘끗 석진을 한번 돌아본 지민이 대답했다.

"그냥. 내 집이 더 편한 거 같네."

"…박지민 너 빼고 놀이공원간대서 그렇구나."

태형이 낌새를 눈치챘는지 지민을 향해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에 석진도 눈치챈건지 지민을 향해 되물었다.

"뭐야. 그런거야? 지민이도 갈래? 놀이공원?"

"안간다니까?"

지민의 태도에 석진이 방긋 미소짓고는 소매를 잡아당기며 애교를 떨었다.

"지민이가 없으면 심심할 거 같은데. 같이 가주면 안돼?"

햄스터마냥 뽈뽈대며 제 걸음에 맞춰 문 앞까지 따라온 석진이 애타게 지민을 불렀다.

"…진짜 가 줘?"

"응!"

지민이 못 이기는 척 석진에게 묻자 석진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석진에 지민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아내리는데 애를 썼다.





#.
"지민아, 여기!"

지민이 만나기로 한 입구 앞에서 헤매고 있자, 석진이 제 팔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지민을 불렀다.

"태형이는 못온대."

"왜?"

"급하게 집에 일이생겼다더라."

석진의 말에 지민은 마치 둘이서 데이트 하는 것 같은 기분에 붕뜨는 느낌이었지만 절대 티내진 않았다.

"청소년 둘이요!"

석진이 매표소 직원을 향해 몸을 잔뜩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직원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지만 지민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스마트폰만 들여다 볼 뿐이었다.



"어떡해! 나 너무 설렌다!"

석진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 와본 거 티 좀 내지마."

지민이 석진에게 말했다.

"뭐 어때서? 왔으니까 즐겨야지! 우리 머리띠 맞출까?"

석진이 잔뜩 신이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같으면 미쳤나며, 죽어도 싫다할 지민이 오늘따라 조용하기에 석진은 지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민아?"

"왜."

"안 싫어?"

"…어."

의외로 긍정적인 지민의 대답에 놀란 석진은 애써 침착하게 행동했다.

"음…이번이 개띠니까 강아지 머리띠로 할까?"

평소 놀이공원도 잘 안간다던 지민이었는데 머리띠까지 순순히 쓰는 모습에 석진은 의아함을 느꼈지만 지민에게 묻지는 않았다.

"내가 안내해 볼게. 일단 가이드북에서 바이킹은 오른쪽으로 가래."

석진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지민에게 말했다.

"바보야. 바이킹은 왼쪽이야."

지민이 책을 뚫고 들어갈 것만 같은 석진에게 말을 건네며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갓 한글을 뗀 아이가 그림으로 돼어있는 동화책을 읽고 있는 것만 같아서.

우여곡절 끝에 놀이기구 앞에 다다른 석진이 줄 맨마지막 끝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나 입이 심심해."

입맛을 다시며 석진이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무언갈 찾아 헤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석진의 시선이 다다른 곳에는 대왕 솜사탕이라며 얼굴보다 훨씬 커다란 크기의 솜사탕을 판매하고 있었다.

"저거 먹고 싶어?"

지민이 솜사탕 가게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묻자, 석진이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모습마저 어린아이같은 석진에 또 한번 지민이 웃었다.

"왜 웃어?"

"단 거 좋아하는게 어린애 입맛이네."

지민의 말에 석진이 그를 밉지않게 째려봤다.

"됐고 빨리 솜사탕 사먹자."

석진이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기세로 말하자, 지민이 그를 저지하며 말했다.

"내가 갔다올게. 자리나 지켜."






#.
가느다란 막대 하나에 이리저리 휘감기며 크기를 키워가는 솜사탕을 보고 있자니 지민은 넋이 나가는 기분이었다. 묘하게 빨려들어가는 기분에 정신이 혼미해 지는 것만 같이.

석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가만히 옆에 있다보면 그의 페이스에 말리는 느낌처럼. 지민은 생각했다. 꼭 지같은 것만 좋아하네.

"자."

지민이 석진에게 솜사탕을 건넸다.

"와. 대박. 진짜 크다!"

석진이 건네받은 솜사탕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감탄을 표했다.

"타기 전에 다 먹어. 두고 탈 곳도 없으니까."

지민의 말에 석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솜사탕을 뜯어먹었다. 오물조물 솜사탕을 뜯어 먹는 석진의 볼이 야무지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

"다 먹었어?"

"응. 그치만 미안. 내가 너무 늦게 먹었지."

석진이 제 딴에는 빨리 먹는다고 입에 허겁지겁 넣어댔지만 줄어드는 줄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덕분에 밀려난 줄을 바라보던 지민이 그냥 다른 거 타자. 하며 석진의 팔을 끌고 줄을 빠져나왔다.

"지민아. 우리 그럼 이왕 먹은 김에 점심도 좀 먹을까?"

"뭘했다고 벌써 점심을 먹어."

"시계를 봐. 지금 벌써 2시야."

"…."

시간을 확인한 지민이 할 말이 없어졌는지 목을 큼큼 다시며 말했다.

"어디로 갈까."

"난 저기. 큐브 스테이크."

언제 또 봐뒀는지, 석진이 가르킨 곳에는 프랑스 느낌의 레스토랑식 건물이었다.

"얼른 먹고 여지껏 못 탄 놀이기구 많이 타자."

석진이 웃으며 지민에게 말하곤 쪼르르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지민이 작게 웃고는 석진을 따라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제 또 뭐 탈까?"

점심 먹기 전 했던 말이 진짜 사실이었던 걸까. 석진은 스테이크를 청소기마냥 폭풍으로 흡입하더니 그 뒤로 쉬지않고 걸음을 옮기며 놀이기구에 탑승했다.

"…이제 좀 쉬면 안돼?"

지민이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지친 몸을 의자에 뉘이며 물었다.

"아직 9시 밖에 안됐어!"

"석진아…이제 곧 폐장이야…."

지민의 말에 놀란 석진이 좌우로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그럼 나 진짜 하나만 더 탈게!"

석진이 다급하게 말하며 뛰어간 놀이기구는 다름아닌 회전목마였다.

피식ㅡ

지민이 그런 그를 보며 웃었다. 알고 탄건지, 모르고 탄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회전목마는 석진의 취향인 거 같다. 느리게 일정한 속도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저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탈 수는 없다. 석진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민은 제가 석진에게 느끼는 감정이 친구로써 느끼는 감정과 다른 것 같다는 걸 새삼 느꼈다.

저를 불러오는 목소리하며, 저를 향해 웃는 미소하며, 저를 간질여오는 작은 손길까지. 이렇게 단시간만에 빠지게 되는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지민은 김석진에게 빠져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수락하지 않았을 놀이공원,
다른 사람이었으면 허용하지 않았을 머리띠,
다른 사람이었으면 함께하지 않았을 시간들.
김석진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붕 뜨는 기분에 지민이 괜스레 미소를 지었다.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민은 제 감정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행동하는대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석진을 바라봤다.


아. 어떡하지, 석진아.






나, 너, 좋아하나 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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