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혼자 왔어요?"

"왜요?"

"우울해 보이길래."

쿵쾅거리는 클럽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던 지민이 테이블에 홀로 앉아있던 석진을 발견하곤 말을 걸었다.

"…네. 혼자예요."

"차였구나."

지민이 오른손에 들고있던 칵테일을 홀짝 마시며 석진에게 말했다.

"…."

"아이고. 딱 맞춰 버렸네…."

그렁그렁 차오르는 석진의 눈물에 지민이 제 입술을 찰싹찰싹 때리며 석진에게 사과했다.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저도 울 생각은 없었어요."

지민에게 건네받은 티슈로 눈가를 닦아낸 석진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지민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짓자, 석진이 뭐가 그렇게 즐겁냐며 지민에게 물었다.

"왜 차였는지 궁금해져서요."

"그 쪽이 무슨 상관이에요."

"이미 말도 텃는데 그냥 얘기해 주면 안돼요? 여기도 마음 심란해서 온 거 아냐."

"…."

"내가 들어줄테니까 말해봐요."

"내가 뭘 믿고 그 쪽한테 내 얘기를 해요."

석진이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짜피 오늘 하루보고 안 볼 건데요, 뭐. 그리고 저 지금 알코올을 조금 과다복용해서."

지민이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석진에게 대답했다. 그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석진이 지민의 말에 수긍했는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바람났어요. 다른 여자랑."

"아이쿠."

지민이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귄지 한달도 안됐는데. 심지어 걔가 먼저 저한테 고백했거든요, 사귀자고."

"남자가 쓰레기였네."

지민이 고개를 까닥이며 석진의 말에 호응했다.

"저랑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 집안사정이 생겨서 못 만날 거 같다고 내일로 미루자길래 저는 당연히 집안 일이면 그럴 수 있지. 하고 알겠다고 했거든요."

"설마."

"…네. 약속 파토나고 집에 가는 길에 마주쳤는데 다른 여자랑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걷고 있더라구요."

"진짜 개자식이네…."

지민의 말을 들은 석진은 다시 떠오르는 감정에 울컥 눈물이 또 차올랐다. 울먹임을 참으려 꾹 다문 떨리는 입술이 안타까웠다.

"…."

지민이 오른손에 들려있던 칵테일을 마저 입 안에 털어넣고 석진을 바라봤다. 술을 많이 마시긴 한 건지, 울먹이며 제게 신세한탄을 해오는 석진의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 없었다.

"…저 이제 어쩌죠…."

참지못해 바닥으로 흘러내린 자신의 눈물방울을 바라보던 석진이 지민에게 물었다.

"…저기요."

"…네?"

지민이 물었다.

"복숭아 좋아해요?"

"…네? 읍,"

되묻기 위해 열었던 말문이 그대로 지민에 의해 막혔다. 석진의 탐스러운 입술과 물들이고 싶은 눈동자가 지민을 유혹했다. 그에 그대로 현혹된 지민은 석진의 동의를 구할 새도 없이 부리나케 제 입술부터 들이밀었다.

알싸한 알코올의 맛과 달달한 복숭아의 맛이 뒤섞인 칵테일의 향이 지민의 혀를 통해 석진에게 느껴졌다. 제정신이었다면 지민을 밀쳐냈을 상황이지만 올라오는 취기때문인지 석진이 잠자코 지민을 받아냈다.

진득한 키스가 이어지고 가뿐 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뗀 지민이 헉헉거리며 뜨거운 숨을 뱉어내고 있는 석진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

"…."

"…이름이 뭐예요?"

"…김석진이요."

"이름도 예쁘네."

"놀리지 말아요."

석진이 지민의 어깨를 아프지않게 툭 쳤다. 앙탈스럽게 구는 석진의 태도에 지민이 웃었다.

"같이 갈래요?"

지민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석진이 지민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클럽을 빠져나갔다.







#.
"하읏, 아응, 아! 으응,"

"후, 조금, 윽, 힘 좀, 빼봐요."

"응! 아, 그렇게, 하윽, 쎄게, 움직이는데, 흐읏! 힘을, 읏, 어떻게, 빼요."

지민이 달뜬 숨을 내쉬며 침대에 얼굴을 묻고 헉헉대던 석진의 골반을 지분거리자, 석진이 자지러지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하으응!"

"이렇게, 예쁜데, 왜, 윽, 그랬을까."

지민이 석진의 꼬리뼈를 따라 쓸어내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으응, 느낌! 이상해요, 윽, 아!"

석진이 팔을 들어 지민의 손을 저지하며 애원하는 목소리로 지민을 향해 말했다. 물기 가득담긴 목소리로 애원하는 석진의 모습이 그렇게 섹시할 수 없었다.

"아! 아응! 앙! 지민, 앗!"

거칠게 뒤를 쳐올리는 지민에 결국 석진이 하얀 시트 위에 제 것을 울컥 뱉어냈다. 그와 동시에 지민 또한 석진의 안에 욱여넣듯 제 것을 뱉어내었다.

"하아ㅡ하아ㅡ"

뜨거운 공기와 숨소리로 가득한 방 안은 사우나의 열기마냥 후덥지근하였다. 서로에게 안부를 물을 새도 없이 지친 몸과 마음에 감기는 눈을 다시 뜰 수 없었다.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보름달이 환하게 떠오른 밤, 지민과 석진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따사롭다못해 눈부신 햇살이 지민을 깨웠다. 부시시한 머리를 헝클며 자리에서 일어난 지민이 텅 비어있는 옆자리를 확인하고는 하품을 쩍쩍 해댔다. 별로였나.

우드득ㅡ 우드득ㅡ 허리를 좌우로 꺾어대며 스트레칭을 한 지민이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젯밤 그대로 잠에 든 탓에 찝찝해진 몸을 씻어내고 개운해진 마음으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던 지민의 눈에 작은 포스트잇 종이가 들어왔다.

그 앞으로 걸어가 포스트잇의 내용을 확인한 지민이 기가찼는지 허ㅡ하며 바람빠진 소리를 냈다.

[어제는 술먹고 한 실수였으니까 연락하지마세요.]

"나는 실수 아닌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지민이 헛웃음을 지었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던 지민이 어젯밤 클럽에서 서로 교환했던 번호가 생각났는지, 황급히 휴대폰 잠금을 해제한 뒤, 맨 위에 찍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뭐야, 거절한 거야?"

통화 목록으로 돌아온 화면을 응시하던 지민이 휴대폰을 양손으로 고쳐잡곤 자판을 두드렸다.

am 11:29 [오해는 풀고 싶어요. 전화 좀 받아주실래요?]

"…."

지민이 고개를 저으며 뒷 말을 덧붙였다.

am 11:31 [저는 실수 아니었어요.]




띠링ㅡ

"…."

"문자 온 거 아냐? 확인 안해도 돼?"

윤기가 석진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석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응."

"너 어제 어디서 자고 왔냐?"

"…."

"걔랑 잤다가 싸웠냐?"

"아니야!"

"지금 문자 오는 거 걔 아니고?"

"…아니야."

"차였어?"

"야!"

"맞네."

윤기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

"차이고 홧김에 클럽갔다가 눈맞아서 잤는데 무서워서 도망왔네."

"…너,"

"어떻게 아냐고? 얼굴에 다 쓰여있어, 너."

윤기의 말에 화들짝 놀란 석진이 제 양 볼을 두손으로 감싸안았다.

"너 무서운 건 알겠는데 상대방은 얼마나 황당하겠냐. 전화로라도 풀어."

"…오해가 아니래."

"…."

"그래서 나 너무 무서워."

"…."

"또 반복될까봐."

석진의 말에 윤기가 입을 다물었다.

"…어떡해. 어떡하지, 나."

"석진아."

"무서운데, 한번 더 믿어보고 싶어."

"…."

석진이 내린 결론에 윤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언제든 전화하고."

"응."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석진을 향해 말했다.

"그럼 이만 방관자는 빠져줘야겠네."

"윤기야, 고마워."

석진의 말에 대충 손을 휘휘젓던 윤기가 문을 열고 카페를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석진이 제 휴대폰에 찍혀있는 지민의 번호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두번도 채 이어지지 않아 지민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 석진씨.

- ….

- 저 진짜 실수 아니에요.

- ….

- 원래 이렇게 구질구질한 놈도 아니구요.

- ….

- 어제…어제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석진씨랑 배 맞춘 건 홧김에가 아니라 좋아서였어요.

- 저,

- 네?

- …저도 좋았어요.

- 근데 왜….

- 제가 차였다고 했었죠.

- 네.

지민의 대답에 석진이 마른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말을 이었다.

- 그 상대도 클럽에서 눈맞고 배맞아서 사귀게 된 사람이었거든요.

- ….

- 또 똑같이 상처받을까봐 그랬어요.

- ….

- 지민씨도 그럴까봐,

- 석진씨.

- 네?

석진의 말을 끊어낸 지민이 말했다.

- 사람마다 본성은 다 달라요.

- …네.

- 근데 석진씨는 전에 한번 겪었다고 저를 그 사람이랑 똑같은 사람처럼 생각했던 거잖아요.

- ….

-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요.

지민이 말했다.

- ….

- 그 사람은 석진씨를 정말 가볍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난 아니니까.

- ….

- 난 석진씨를 진짜로 좋아하니까요.

- 지민씨….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지민이 작게 웃었다.

- 또 울어요?

- …이건 행복해서 우는 거에요.

- 어디에요? 만날까요?

지민이 물었다.

- 만나면 고백부터 해주나요?

지민의 물음에 석진이 되물었다.

그에 지민이 대답했다.

- 지금 미리해도 돼요?

- 으응, 이번엔 제가 먼저 할래요.

- 그래요.

- 지민씨…제 동반자가 되어 주실래요?

- 물론이죠. 좋아해요, 석진씨.

- …저도요.










fin.

'* 진총 > - 짐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짐진] 솜사탕  (5) 2018.01.1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